「침만으로도 된다면서, 그럼 약침은 왜 맞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답을 먼저 말씀드리면 거기에 몇 가지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약침이 무엇인가요?
약침학 교과서는 약침을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결합한 치료법이라 정의합니다.
침은 경락과 혈자리를 다루는 방법이고, 한약은 약의 성질(기미, 氣味)을 쓰는 방법입니다. 약침은 그 둘이 만난 자리에 있습니다. 혈자리에 침을 놓되 그 자리에 한약에서 뽑아낸 액을 함께 넣습니다.
생각보다 오래된 발상입니다. 옛 의서에도 벌의 독을 경혈에 자극해 병을 다루거나 마늘·생강처럼 자극이 있는 약을 혈자리에 붙이던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대한약침학회가 세워진 뒤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거 주사 아닌가요?
주사기를 쓰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교과서는 이 둘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 약침 | 주사 | |
|---|---|---|
| 놓는 자리 | 경혈 | 근육이나 피부 아래 |
| 무엇을 넣나 | 한약에서 뽑아낸 액 | 의약품 |
| 판단 기준 | 변증(辨證) — 몸 전체 상태를 봄 | 증상과 검사 결과 |
| 한 번에 넣는 양 | 0.1~1.0mL 정도 | 1mL에서 수십mL |
눈여겨보실 대목은 양입니다. 한 자리에 물 한 방울에서 스무 방울 정도를 넣습니다. 주사처럼 많은 양을 한 번에 넣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리고 약침은 마취제를 넣는 것이 아닙니다. 감각을 마비시켜 통증을 못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침과 마찬가지로 몸이 스스로 하도록 돕는 쪽입니다.
침에 무엇이 더해지나요?
저희는 약침의 작용을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① 약의 성격이 더해집니다
한약을 달여 먹으면 위와 장을 거쳐 흡수되어 몸을 돌며 작용합니다. 몸을 채우고 기르는 데는 이 길이 맞습니다.
그런데 통증은 조금 다릅니다. 무엇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흐름이 막혀서 생기는 일이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다스리는 것을 행기활혈(行氣活血)이라 합니다. 기를 움직이고 혈을 돌린다는 뜻입니다.
채워야 할 때는 한약을, 통하게 해야 할 때는 약침을 — 저희는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봅니다.
② 액체가 들어가며 생기는 작용이 있습니다
침은 가느다란 바늘 하나가 들어가지만, 약침은 여기에 액체가 함께 들어갑니다. 굳어 있는 자리에 액체가 퍼지면서 조직 사이를 벌리고 자극을 줍니다. 침의 자극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아픈 자리에 생리식염수를 넣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줄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약이 아니라 액체가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작용한 것입니다.
③ 씻어내는 작용이 있습니다
염증이 있는 자리에는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고여 있습니다. 액체가 들어가면 그 자리를 희석하고 씻어내는 쪽으로도 작용합니다.
언제 쓰나요?
아픈 자리가 뚜렷하고 눌렀을 때 그 한 점이 잡힐 때, 그리고 침만으로 더디게 갈 때 함께 씁니다. 오래 끌고 계신 분께는 봉침을 쓰기도 합니다. 벌독 성분이라 사람에 따라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사전 확인과 농도 조절이 먼저입니다.
침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침은 어떻게 통증을 줄이나요에, 다른 치료와 어떻게 나누어 쓰는지는 무엇을 언제 쓰나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실제 진단과 치료는 몸 상태를 직접 보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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